53년 된 용산 중산시범 아파트, 건물값만 10억이라고?

입력 2023-11-03 17:47   수정 2023-11-13 16:43

“중산시범은 기존 아파트와 좀 다른 거 아시죠. 전용 59㎡ 건물값만 10억원이에요.”(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A공인 관계자)

서울에서 강변북로를 타고 경기 고양시 방향으로 가면서 한강철교를 지나면 오른편에 붉은 벽돌로 지어진 7층짜리 아파트가 보인다. 곳곳에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시멘트 기둥에는 금이 가 있다. 용산구 서부이촌동의 중산1차시범 아파트(총 6개 동, 226가구)다. ‘최초의 고급(맨션) 아파트’라는 동부이촌동 한강맨션보다 3개월, 여의도 시범아파트보다 한 살 많다. ‘중산’이라는 이름이 붙은 건 말 그대로 중산층을 타깃으로 한 아파트였기 때문이다.

중산1차시범 아파트는 1969년 10월 입주자를 모집했다. 그러다 이듬해 4월 마포구 와우 시민아파트가 무너지면서 김현옥 서울시장이 사임하고 관련 담당자가 대거 물갈이됐다.

문제는 입주민의 토지소유권을 정리한 서류가 없어졌다는 것. ‘지적(地籍) 미확정’을 이유로 1970년 6월 말 건축물만 분양하고 바로 두 달 뒤 준공했다. 분양계약서에 ‘소유권자의 매수 요구가 있을 때 공동지분으로 지체 없이 매수하도록 할 것’을 조항으로 넣어둔 이유다. 1972년 주민은 토지가를 산정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산정자료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1976년 건물소유권만 이전됐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렇게 최초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 됐다.

토지소유권은 53년이 지나도록 주민에게 이전되지 않았다. 중산1차시범은 재건축 연한이 차기 전인 1996년 특정관리대상시설 안전등급에서 D등급으로 지정됐다. D등급은 긴급 보수가 필요하고, 사용 제한에 대한 결정이 필요한 시설이다. 2004년 “토지의 점유·취득시효가 완료됐다”며 서울시에 무상 양도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2016년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재건축이 지연되는 동안 중산1차시범은 노후도가 95%를 돌파했다. 반경 700m 이내에 초등학교가 없고, 대형마트도 없다.

그렇게 답답한 동네에 희소식이 생겼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작년 7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구상안을 발표하면서다. 서부이촌동을 구역에서 제외하고 법적 상한용적률 1500~1700%를 허용하는 내용이 골자다.

중산1차시범은 여전히 토지 매입이란 숙제를 남겨두고 있다. 서울시와 용산구는 감정평가를 거쳐 토지매입가를 결정하는 가격사정심의위원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토지매입가가 정해지면 실질적으로 아파트의 시세가 얼마인지 결정난다. 주민은 토지매입가가 3.3㎡당 3000만~5000만원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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